4년제 컴퓨터 공학과를 나와서 2007년에 첫 개발 회사에 입사를 했다.
제조, 물류, 회계 통합 ERP 회사 였는데, 최초에 나는 제조팀으로 입사를 하였으나 바로 옆 물류팀에서 일손이 급하게 필요하지만 채용이 안 되고 있다 하여 입사 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물류 팀으로 발령이 났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의 10년이 넘었으니, 시기는 정확하게 기억 나지는 않는다.
새로 옮겨간 물류 팀의 팀장이 있었는데 신입인 나에게 본인이 잘못한 업무를 매번 뒤집어 씌웠다. 앉혀 놓고 이걸 이렇게 작업했다며 설교를 몇 십분을.. 그 자리는 모든 개발팀의 리더인 개발 실장의 바로 옆 자리 였다. 뒤늦게 알게 된 일이지만, 당시 물류 팀장이 기존 팀장이 그만두게 되어 어쩔 수 없이 팀장이 되었고, 팀장 발령이 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본인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사실 그 에러나 문제는 내가 작업한 부분에서 발생했던 부분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 발생이 되었고 그게 내가 작업한 부분을 확인하다가 발견되는 부분이었던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내가 작업을 하여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라 내가 작업을 하고 난 후 확인을 하는 과정에 앞 부분에서 그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과 그 때까지도 그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인 거였다.
그 동안 그 팀의 선임들과 팀장은 무얼 하고 있었단 말인가?
설사 진짜 내가 잘못하였더라도 팀장이란 사람이 갓 입사한 신입을 앉혀 놓고 잘못 했다고 몇 분 동안 핀잔을 주는 모습이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어쨌든 당시 나는 너무 신입이었고, 첫 회사였으며, 회사란 원래 그런 불합리 한 것을 감내해야 하는 곳이라 생각하였다. 남이 잘못한 일을 나에게 뒤집어 씌워도 회사는 원래 그런 곳이니까 어쩔 수 없는 곳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매번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내가 다 잘못한 것인양 조용히 지나가곤 했다.
지금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아마 회사를 퇴사 하기로 마음을 먹지 않은 이상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분명 이야기를 하고 불합리함에 대해 짚고 넘어 갔을 것이다.
하지만 10년이란 시간이 훨씬 더 많이 지났고 나의 경력도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여전히 회사란 그런 불합리함이 너무 많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렇게 첫 회사에서 약간의 경력이 쌓였고, 불합리함을 조용히 견디며 지나갔고 그 팀장과 몇몇 선임들이 외부로 프로젝트를 나가게 되었다.
당시 업무가 해운 물류 업무와 항공 물류 업무 두 가지의 주축으로 나뉘었는데 나는 항공 쪽을 맡았던 걸로 기억한다.
모든 선임들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나는 항공 파트의 팀장(?)급의 포지션에서 업무를 진행하였다.
모든 것을 내가 책임 졌고 내가 권한을 가지고 처리하였다. 너무 행복했다. 내가 맡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즐거웠고 기존에 발생했던 문제들을 내 마음대로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행복했다.
그렇게 거의 1년이란 시간이 지났을까?
그 행복함도 잠시 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쪽의 사람들이 빈번히 그만두고 또 일손이 부족하게 되어 본인이 투입되었다.
그 팀장은 그곳에서도 여전히 본인의 업무를 책임 전가하며, 혹시라도 조금 하게 되는 날에는 어김없이 생색을 내며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너무 실망을 했다. 내가 그 동안 즐겁게 일했던 곳은 이런 느낌이 아닌데... 그 1년의 시간과 오버랩 되면서, 그 팀장이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올 것이고, 우리 팀을 다시 맡을 것인데 그 사람의 밑에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따라서 나는 그렇게 5년 가까이 일한 회사를 떠났다. 회사에서는 그만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더 다닐 수는 없는지 줄기 차게 물어보았고 나는 다른 기회를 잡고 싶다고 하며 조용히 떠났다.
그만 두기를 결심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그 사람 밑에서 같이 일을 할 자신이 없었고, 새로운 회사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한 회사에서 5년이나 있었으니,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일까? 궁금했고 도전해 보고 싶었고, 내 실력을 테스트 해보고 싶었다.
내가 이런 작은 회사에서 있어서 거만해진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도전할 만 한 것인가?
오래 다닌 만큼 같이 근무한 동료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지만, 그렇게 즐거웠던 첫 회사의 페이지는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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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n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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